아래 글은 제가 2세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입니다.
얼마 전 TV뉴스를 보니 영어이름 작명이 유행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이름들이 한자어로 되어 있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사주에 맞춰 작명을 하는건 익히 들었지만,
영어도 그에 맞게 알파벳이 주는 기운과 의미를 담아서 짓는다고 했다. 그 가격이 엄청 비쌌다.
그러니까 조금 많이 빠른 부모를 두었다면 아기들은 돌이 지나기도 전에 영어이름도 갖게 되는 것이다.
나의 아이 이름은 아버님과 작은 할아버님 그리고 아버님의 지인이 각각 지어주신 이름 중에서 택했다.
문휘운.
나는 '휘'자를 영어로 어떻게 표기해야되나 고민 하던 중에 10여년 전 캐나다에서 필름 스쿨을 다니던 시절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어느 날, 나는 캐나다인 친구와 한조가 되어 학교 지하 편집실에서 열심히 편집 중이였다.
그때, 학교 재학생이 아닌 파트너의 친구가 놀러왔다.
그 백인친구는 의례적으로 나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나는 '희주'라고 했다. 그 친구는 눈썹을 실룩거리더니 두어번 발음을 더 물어보았고
나는 HEE JOO라고 영어 철자까지 동원하며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그 백인친구는 이름의 뜻이 뭔지도 물었다.
나는 내 이름의 한자어 뜻을 영어로 풀어서 의미를 설명해주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많은 동양인 유학생을 만났지만 이렇게 이름을 알려주는 사람은 처음 봤어. 다들 영어식 이름이였거든'
그 친구가 덧붙였다.
'여기 이 북미에는 수천명의 데이빗이 있고 수만명의 제임스가 있지만...
이제 내가 아는 HEEJOO 는 너 단 한사람이야'
아.. 그 순간.. 난 뭔가 민망하고 닭살돋았지만 감동적이였다.
요즘 다들 유치원을 가면 4살이후면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교에서도 영어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난 4살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될지도 궁금하지만 보낼 생각도 없다.
근데 영어이름은 왜 짓는가..
아마도 현지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부를거나 기억하기 쉽게 하려고 짓는 것이다.
나도 유학가기 전에 주변에서 영어이름 하나 만들어가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유학가기 전 회화학원을 다니면서 교포출신 선생이
나에게 Ryan(라이언)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스필버그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 라이언이다.
유학초기에는 좀 사용했지만, 위에 있었던 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으로 유학간다고 사람들이 창씨개명하라고 하진 않는다.
왜? 가서 일본사람들이 부르기 쉽게 나카무라나... 멋지게.. 사쿠라기 하나미치(슬램덩크 강백호의 일본이름) 같은..뭐 이런것도 좋지 않나?
이것은 아마 우리가 얼마나 영어에 쫄아 있는지 모여주는 결과이다.
영어권에서 태어나서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2세나 3세들이 영어이름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한국어 이름을 가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영어선생님을 위해서? 아마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더 기억하기 쉬울것이다.
다만 발음이 힘들겠지.. 그것은 그 영어선생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애써 학부모가 배려 해 줄 일은 아니다.
그 아이들은 나처럼 할아버지나 , 아버지 혹은 지인들이 정성드려 좋은 뜻으로 짓고
그 이름들 중에 부모가 엄선해서 고르고 골라 선택한 이름 일 것이다.
그런 이름을 외국선생의 입에서 불리게 하고 아이가 성장해서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서 더 불려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쫄지말자. 그리고 무턱대고 다들 짓는다고 짓지 말자.
내 아이의 이름이 현지 영어 선생이 발음하기 어려운면 몇번이고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 아이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도 설명해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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